: ‘대체’될 것인가, ‘지휘’할 것인가
1. 서론: 해고의 칼바람, 그리고 새로운 기회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들려오는 대규모 감원 소식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단순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아니라, AI가 코딩, 데이터 분석, 마케팅 문구 작성 등 화이트칼라의 고유 영역을 파고들며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짧은 생각은, 이것이 ‘일자리의 종말’이라기보다는 ‘직무의 재정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다가올 AGI시대에는 진정 일자리의 종말이 올 거라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현재에 집중하자면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과거의 공식은 깨졌습니다. 앞으로의 노동 시장은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과 ‘AI에게 지시받는 사람’으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AI가 일상화된 시대,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2. 일하는 방식의 3가지 핵심 변화
① ‘실행’에서 ‘지휘’로
과거에는 엑셀 함수를 화려하게 다루거나, 계약서 초안을 빠르게 작성하는 ‘손이 빠른’ 실무자가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실행’의 영역은 생성형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해냅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편집장’의 역량입니다. AI에게 맥락에 맞는 질문(Prompt)을 던지고, 그 결과물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우리 조직에 맞는지 검토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입니다. 저 역시 법률 검토의 초안은 AI에게 맡기고, 의뢰인과의 협상 전략이나 복잡한 분쟁의 정무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지금 이 글 역시 AI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하고 있는 것처럼요.
② ‘슈퍼 개인’과 마이크로 조직의 부상

과거에는 플랫폼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거대 팀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코딩을 전혀 모르는 도메인 전문가도 자연어로 AI에게 지시하여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코딩 전문가가 아니지만, AI를 활용해 업무를 자동화하고 나아가 ‘AI Agent SaaS’를 직접 구축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거대한 조직보다는, AI 툴로 무장하여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수 정예의 ‘마이크로 기업’들이 시장의 틈새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③ ‘시간’ 중심에서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로
현행 노동법은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합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8시간 걸릴 일을 30분 만에 끝내는 직원에게, 단지 30분 일했다고 30분 치의 임금만 주는 것이 공정할까요?
AI 시대에는 주 52시간제와 같은 물리적 시간 통제 개념이 옅어질 것입니다. 대신 결과물의 가치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급·성과급 중심으로 보상 체계가 급격히 이동할 것이며, 이는 연공서열 중심인 한국 기업 문화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3. 조직 문화의 변화: 인간다움의 가치 상승
① ‘휴먼 터치(Human Touch)’의 프리미엄화
논리적 분석이나 규정 검토는 AI가 더 잘합니다. 역설적으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적인 영역’의 가치는 폭등할 것입니다.
조직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불안해하는 의뢰인의 눈을 맞추며 공감하는 능력은 오직 인간만이 줄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대면 미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신뢰와 감정을 나누는 ‘비싼 경험’으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될 것입니다.
② 지식 권력의 해체와 수평적 문화
“나 때는 말이야”, “이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칙을 전수하던 도제식 문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신입사원도 AI를 통해 선배사원과 동등한 수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리더십의 척도는 연차가 아닙니다. “누가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창의적인 해법을 가져오는가”가 실력을 증명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것이며, 조직은 더욱 수평적이고 능력 중심적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4. 마치며: 파도를 탈 것인가, 휩쓸릴 것인가
A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혹자는 대량 해고를 걱정하지만, 저는 이것을 ‘전문가들의 르네상스’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AGI의 등장 전까지는 분명합니다.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된 전문가들이 자신의 고유 지식(Domain Knowledge)에 기술(AI)을 결합할 때, 그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AI가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이 문장을 되새기며, 저 또한 변화하는 파도에 휩쓸리기보다 그 파도 위에서 멋지게 서핑을 즐겨보고자 합니다. 함께하시죠.